시민단체를 향한 동아일보의 말초적 주장 - 거버넌스 참여가 '대가'와 '특혜'라고?

관리자
발행일 2012-02-08 조회수 13



“말은 쉽다”.
우리가 보통 행동하지 않고 혹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며 말만 하는 사람들에게 쓰는 표현이다. 언론은 말을 하는 곳이다. 그 말에는 ‘행동’이 전제되고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런데 가끔 그 말이 행동과 책임을 담보하지 않고 누군가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참을 수 없이 가벼울 때도 있다. 어제와 오늘, 동아일보는 시민운동과 정치권력의 커넥션, 바로 보수언론들이 언제나 불경스런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그 부분을 말초적으로 짚으며, 그 가벼운 말이 하고 싶었나보다.
동아일보는 기사와 사설을 통해 고양시 시민단체 대표가 시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오고, 시의원은 개인 사무실을 설치하느라 민원부서를 내쫓았다며, 야5당 단일 후보를 시장으로 당선시킨 시민단체와 고양시의 유착 속에 시민이 팽개쳐졌다는 논조를 펼쳤다. 그러면서 권력과 한통속이 됐던 시민단체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밀려나자 다시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야권 연대에 목을 매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글에서 제시하는 상황의 전후만 보면 한편으론 그럭저럭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글은 오류가 있다. 고양환경연합 박평수 집행위원장이 고양시와 함께 독일과 일본의 바이오매스 에너지시설 견학을 다녀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현재 고양시의 음식물류폐기물처리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고, 그 위원 자격으로 견학을 다녀온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그 위원회에 직을 맡고 있는 것이 시장당선에 대한 보은성 인사였을까.
시민이 크고 작은 단위의 행정부 정책 수립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 ‘거버넌스’라는 구조가 있다. 관과 민, 전문가 혹은 기업 등이 협력해 민주적인 논의와 결정을 이루는 것으로, 특히 지방 정부에서 유용한 협치 모델이 되었고 이는 이른바 선진국으로부터 발전돼 왔다. 참여정부 때는 이러한 ‘거버넌스’ 구조가 활성화돼 국내에서도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많은 정책이 몇십 년 전으로 후퇴한 것처럼 ‘거버넌스’ 제도도 이름만 남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대가’라거나 ‘특혜’라 부르는 것은 참으로 불손할 지적이다. 더욱이 시의 ‘거버넌스’인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 시 차원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본인의 돈을 쓰지 않았다고 해서 시민단체의 생명인 독립성과 투명성을 내던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말초적인 주장이다.
이러한 ‘거버넌스’ 외에도 시민운동에 있어서 운동의 가치를 정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책 결정 구조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대부분 이러한 활동을 확장하는 데 있어 의미가 크다. 이를 두고 권력욕이라 하는 것 역시 너무나 말초적인 주장이다.
그렇다면 동아일보가 느닷없이 이 시점에서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동아일보는 그리고 동아일보 독자들은 사설에서도 언급된 박원순 시장처럼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힘 있는 야권연대가 정치적 성취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 위협을 느낀 것은 아닐까. 야권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단체와 야당 사람들을 어떻게든 도덕적으로 흠집을 내 이 연대가 순수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동아일보는 말초적 논리로 참 쉬운 말을 내뱉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뤄놓은 ‘거버넌스’라는 협치의 가치와 시민의 행정·정치 참여의 의미를 훼손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또한 오랫동안 지역에서 신뢰를 받으며 헌신적으로 활동해 온 환경운동가의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은 또 어떻게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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